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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첫 주의 문을 열며

3월 첫 주의 문을 열며

달력이 한 장 넘어가자, 공기가 먼저 달라졌다.
아직은 코끝이 시린데도 어딘가에선 봄 냄새가 묻어난다. 겨울이 완전히 떠난 것도 아닌데, 마음은 벌써 가벼운 옷차림을 준비한다. 3월 첫 주는 늘 그렇게 어정쩡한 경계 위에 서 있다. 추위와 설렘, 미련과 기대가 서로의 손을 놓지 못한 채 마주 보는 시간.

아침 출근길, 잿빛 도로 위로 엷은 햇살이 번진다. 겨울 동안 굳어 있던 나무 가지 끝에 아주 작은 기척이 매달려 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변화지만, 그 미세한 움직임이 계절을 바꾼다. 나는 그 앞에서 잠시 멈춘다. 거창한 결심 대신, 오늘 하루만이라도 조금 더 성실히 살아보자고 다짐한다.

3월의 시작은 늘 ‘처음’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새 학년, 새 직장, 새 노트. 그러나 생각해보면 완전한 처음은 없다. 우리는 늘 이어진 시간 위에 서 있다. 다만 3월은 그 이어짐을 새로이 바라보게 하는 창문 같은 것이다. 같은 길을 걸어도, 같은 일을 해도, 마음을 조금만 달리 먹으면 전혀 다른 하루가 된다.

첫 주의 월요일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미뤄두었던 일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고, 아직 정리되지 않은 계획들이 책상 위에 흩어져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조급하지는 않다. 겨울을 지나온 사람에게 봄은 작은 선물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차가운 계절을 견딘 뒤에야 알게 되는 따뜻함의 값어치. 그래서 나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첫 발을 디딘다.

퇴근길, 저녁 공기가 조금 누그러져 있다. 어둠 속에서도 어디선가 새싹이 흙을 밀어 올리고 있을 것이다. 보이지 않아도 시작은 이미 진행 중이다. 나의 변화도 그렇겠지. 오늘 세운 사소한 결심 하나가, 언젠가 나를 다른 자리로 데려갈지도 모른다.

3월 첫 주는 거대한 전환점이 아니다. 대신 아주 작은 문이다. 그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우리는 어제보다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간다. 아직은 서툴고 조심스럽지만, 분명히 움직이고 있다.

나는 오늘도 그 문 앞에서 숨을 고르고, 조용히 손잡이를 잡는다. 그리고 믿어본다. 이 봄이,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만들 것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