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눈이 되지 못한 그리움이
하늘에서 천천히 풀려
차가운 비가 되어 내린다
겨울의 끝자락에서
비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붕과 가로수와
내 마음의 가장 얇은 곳을
조심스럽게 두드린다
젖은 골목에는
돌아오지 않을 약속들이
물웅덩이로 남아 있고
나는 그 위에 비친
흐릿한 얼굴을 한 번 더 바라본다
손끝까지 스며든 냉기는
잊었다고 믿었던 기억을 깨워
따뜻했던 순간들마저
차갑게 반짝이게 한다
겨울비는
울지 않으려는 계절이
끝내 흘려보내는 눈물
아무도 모르게
봄을 기다리며
조용히, 오래 내린다
카테고리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