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흙 냄새 나는 길


흙 냄새 나는 길

발끝이 먼저 계절을 밟는다
오래 비켜 서 있던 흙길이
나를 보며 묵직한 향을 풀어놓는다

바람에 실려 온 흙 냄새가
마치 잊고 있던 이름을 부르듯
가슴 속 깊은 곳을 두드린다

한 발, 또 한 발
발바닥이 기억을 되새긴다
어릴 적 뛰놀던 오후의 햇살
손때 묻은 골목의 숨결들

흙은 언제나 말이 없는데
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내 마음을 들여다보는 듯
고요하고 따뜻하다

오늘도 나는 그 길을 걷는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사이
묵묵히 퍼져오는 흙의 향 속에서
잠시, 나도 흙처럼 부드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