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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예찬


겨울 예찬

겨울은 조용히 다가온다. 어느새 창문 가장자리에 서리가 내려앉고, 숨을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피어오른다. 사람들은 흔히 겨울을 춥고 삭막한 계절이라 말하지만, 나는 매년 이 계절이 오기를 기다린다. 한 해를 정리하도록 이끄는 마지막 장이자, 모든 소리가 잠시 멈추는 정적의 시간. 겨울은 우리에게 멈춤의 가치를 일깨워 준다.

겨울 길을 걷다 보면 세상은 마치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것 같다. 바람에 흔들리던 나뭇잎은 이미 모두 떨어져, 나무들은 앙상한 가지를 드러낸 채 서 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오히려 아름답다. 더 보여줄 것도, 숨길 것도 없는 솔직함. 여름과 가을의 풍요 속에서 잊고 지냈던 본래의 모습이, 겨울에 비로소 드러난다. 우리는 늘 무언가를 붙잡고 꾸미느라 분주하지만, 나무는 겨울이 오면 담담히 내려놓는다. 그래서일까, 겨울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 역시도 불필요한 걱정과 욕심을 하나씩 덜어내고 싶은 마음이 된다.

겨울의 밤은 더욱 특별하다. 창밖에는 눈발이 소리 없이 흩날리고, 방 안에서는 작은 스탠드 불빛이 따뜻한 노란색 그림자를 드리운다. 찻잔에서 김이 오르는 순간, 세상은 이토록 단순하고 평온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마음이 길게 늘어지던 날도, 겨울밤엔 차분히 가라앉는다. 차가움을 품고 있는 계절이지만, 이상하게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온기를 더 잘 느끼게 한다. 서로의 손을 잡고,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는 순간이 더 깊게 스며든다.

그래서 나는 겨울을 좋아한다. 그 차가움 속에서 오히려 따뜻함을 찾게 되고, 정적 속에서 마음의 소리를 듣게 된다. 화려함이 아닌 담백함, 빠름이 아닌 느림, 떠들썩함이 아닌 고요함이 겨울의 선물이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품은 채, 겨울은 묵묵히 우리 곁을 지나간다.

겨울은 단지 추운 계절이 아니다. 삶을 다시 정돈하고, 마음에 작은 온기를 되찾게 하는 계절이다. 나는 그 고요하고 단단한 아름다움 속에서 또 한 번 새해를 맞이할 힘을 얻는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창밖의 하얀 풍경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인다.
“겨울이여, 참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