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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느끼며 길을 걷다


가을을 느끼며 길을 걷다

가을 길을 걷다 보면, 바람에도 색깔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름의 무겁고 뜨거운 바람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서늘하지만 어딘가 따스함을 머금은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그 바람 속에는 낙엽의 마른 향과 햇살의 부드러운 온기가 함께 섞여 있다.

길가의 나무들은 제각기 자신만의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붉은 단풍, 노란 은행잎, 그리고 아직은 푸른 기운을 간직한 나뭇잎까지, 하나의 길 위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 모습이 마치 서로 다른 빛깔의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의 풍경과도 닮아 있다.

걷는 동안 발끝에 밟히는 낙엽 소리가 잔잔한 음악처럼 들린다. 바람에 휘날려 나와 함께 길을 걷는 듯한 낙엽들을 보며, 세월도 결국 흘러가는 바람과 다르지 않음을 느낀다. 떨어짐이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순환의 시작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편안하게 한다.

가을은 늘 어떤 생각을 길 위에 남긴다. 지나온 계절을 되돌아보게 하고,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게 만든다. 그리하여 지금 이 순간을 더 소중히 여기게 한다.

오늘 나는 그저 천천히 걸었다. 특별한 목적도, 빠른 걸음도 없이, 오직 가을을 느끼기 위해서. 그 길 위에서 나는 비로소 계절과 나 자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만났다.